저주하고 저주하는 운명에게
2024.01.03 © ohmyfilmbonita 토게 군, 나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아. 하루의 떨리는 손끝이 토게의 뺨을 향했다. 훈련받은 혀는 오로지 고통만으로 빼곡하게 이루어진 침음밖에 내지 못했다. 단말마의 울음이 잇새를 가만히 맴돌던 애틋한 순간, 하루의 뺨 위로 눈물이 떨어졌다. 혀끝을 맴돌던 혈향에 죽음을 실감했는지 하루는 가만히 기대어 말이 없었다. 살아야 해. 다정하고 단단하게 살아 줘야 해, 토게. 힘겹게 이어지는 말들에 쵸우사기 하루의 야윈 손을 감싸쥔 이누마키 토게의 손끝이 새하얗게 질려 갔다. 고개를 저어 보아도, 작게 이름을 불러 보아도. 죽음이 우리를 향해 날갯짓을 하던 소리만이 선명한 어느 계절 모를 날에, 하루는 눈을 감지 못한 채 제 느려지는 심장 소리를 가만히 곱씹었다. 이누마키가 ..